그레고리오 교황님은 아직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온 것을 신비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마리아의 내면의 상태가 아직 주님의 부활을 깨닫지 못하는 어둠 속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리스어 원문에 쓰인 동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는 ‘보는 것’인데, 우리말로는 모두 ‘보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들은 다 다릅니다.

 

먼저, 마리아 막달레나가 아직 어두울 때 무덤에 와서 ‘보았다’고 할 때 사용된 그리스어 동사는 βλέπω(blepo)입니다. 이 동사는 우리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할 때 사용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어떠한 의지나 의도 없이 그냥 감각적으로 눈을 뜨고 눈에 보이는 대로 뭔가를 보는 것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그렇게 빈 무덤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달려와서 예수님의 시신을 쌌던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볼’ 때에도 같은 동사가 사용되었습니다.

 

이어서 베드로가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때 사용된 그리스어 동사는 θεωρέω(theoreo)입니다. 이 동사는 우리가 뭔가를 의지적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것으로, 그것에 관하여 생각하고, 숙고하는 것까지를 포함합니다. 그러니까 베드로는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그저 감각적으로 시선이 가서 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베드로의 뒤를 따라서 무덤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마포가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는 것을 ‘보고’ 믿었습니다. 이때 사용된 그리스어 동사는 ὁράω(horao)입니다. 이 동사는 우리가 뭔가를 마음의 눈으로, 내면의 눈으로 바라보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는 처음에 무덤 안을 그냥 감각적으로 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무덤 안에 들어가서는 마음의 눈으로 아마포가 개켜져 있는 것을 보고, 스승님께서 되살아나셨다는 것을 깨닫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감각의 눈, 우리 지성의 눈으로는 주님의 부활을 믿고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오직 마음의 눈, 내면의 눈, 영혼의 눈으로만 주님의 부활을 알아보고 깨닫고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 가운데에는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며, 우리 육신의 눈으로는 결코 부활하신 주님을 볼 수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감각적인 눈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멀리 있는 것을 볼 수도 없고, 매우 작은 것들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감각적인 시각은 언제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활에 대한 믿음은 이런 감각적인 눈을 넘어서야만 이를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참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우리의 내면과 영혼이 눈을 떠야 합니다.